진공의 숲 _ 빛으로 피어 바람에 지다.

장상철

2022. 2. 23 – 3 .6

전시 소개

진공의 숲에 머물다…

- 무심중의 심미를 통한 물아일체의 조화-


장상철의 그림은자연(나무와꽃과 길외...)의조화로운 만남을통해 관조하는미의식과 생동하는미감을 살려내는물아일체의 표현이다.


작가의 그림에는하늘과 땅의은근한 만남이있고 만남의자리 너머로구름과 풀잎의낮은 속삭임이들려온다. 때로는, 우거진 숲의침묵으로 하늘을물들이는 연기풀이의 노을이되기도 하고혹은, 잠든벌판의 수런거림으로채색의 바다를굽이치는 먼동이되기도 한다. 하늘 가득히피어오르는 들녘의바람꽃은 산자락물길에 서리는안개의 활기인가하면, 땅위로 파동치듯 번져나가는 생명의율동은 옹골찬허기이기도 하니, 이 양단의활기와 허기가전시 작품전체의 기조를이루면서 뭇정령의 이야기를다양한 색상과해맑은 색감으로풀어나간다. 이웅숭깊은 빛깔밖으로 배어나는느낌은 지난날단조로운 색채의울림이 오늘날화사한 색깔의떨림으로 탈바꿈하여형성된 기운이요, 느낌 따라떠오르는 탈화의영상은 완성을향하여 날아오르는날갯짓의 당찬모습이다.

하늘이 내려앉아풀과 나무의군락으로 넘실거리고, 땅이 스멀스멀구름무늬로 피어오르는약속의 지평에서, 우뚝 자란한그루 나무멀찌감치 잔풀덤불이 다보록이엉겨 있는그림은 해후상봉의그리움을 벅찬몸짓으로 전환시킨자기암시의 산물이다. 솟은 나무와웅크린 관목의여러 조합으로나타나는 이유형은 지난날의익숙한 연기구름이바탕에 깔려있는 작품이기에발아의 자취를성숙의 뒤안길로인도하고, 저물어가는허공과 고이차려입은 대지를상생 공존하는두 얼굴로영상화하여 균형감과조화미를 넉넉히맛 보인다.


인간은 자연에자신의 흔적(예술의 경우에는미의식)을남겨 영원을이루려 하고자연은 유위의인적을 지워무위의 평등한가능성을 지켜내려고한다. 한편, 자연이 지니고있는 평등한가능성은 인간이자연을 인류보편의 가치에따라 얼마든지활용할 수있게 하고, 인간의 순수의식은자연과의 만남을통해 자연에게새로운 가능성의기회를 제공한다. 이처럼, 둘은길항작용을 하면서도상호 보완성을갖는다. 이양면성을 작가장상철은 연기풀이의그림으로 풀어나타내고 있다. 비어 있음으로말미암아 인공적인것을 무위로환원시키는 변증법적효능이 생기고, 대칭 관계를이루고 있는연기풀이에 자연성을부여한다. 여기서연기는 인간의존재 확인에머물지 않고자연 발화에따른 빛의그림자로 승화되어작가의 미의식으로자리한 심상과일치한다. 이는나무와 꽃과숲의 유기체로전성되어 연기의바탕이 된것을 상징하고, 나무가 홀로놓인 빈터와꽃들의 확산에따라 탈색의빛깔로 널리물들어 가는하늘이 실은작가의 미의식과자연이 하나로만남이라는 것을암시한다.

나무와 하늘의그림들은 동일시공간에 있음을내비치면서 생명의동태와 연기풀이이념이 예술의지를 거쳐한속의 자연미로환원되어 감을가리킨다.


작가는 산에깃들인 적막을미의 숨결로삼아 끊임없이진화하는 숲의생멸을 심상으로그려 온자연 탐구적화가에 속한다. 본시 산은무형무적의 기운이므로아련한 추억을화면의 바탕에남긴 채, 갖가지 나무와풀이 인적과더불어 세상을상징한다. 수풀의물결은 생명의율동이요, 나무의나이테는 생멸의영원한 순환이며, 산으로 난작은 길이나승천하는 연기는인적의 표상이다. 때로는 한그루 나무가화면의 한쪽에서서 천지를품기도 한다. 하늘과 땅사이에는 정신이깃들어 있고그 정신은시간의 흐름을꿰뚫어 자아실현을다짐한다. 그러나인간은 여린존재로 기약없는 기다림에곧잘 무너지기일쑤인지라 찰나의움직임을 불멸의시간으로 살려내는미 체험에몰입함으로써 영원의일부를 공유하고자한다. 이를작가 장상철의예술혼이자 세계관이라고할 때공간의 대비와분할을 통해달리 나뉠듯이 합체로모아지는 이중공간화에서 동질성을확인할 수있다. 작품의가운데쯤에 자리한나무나 흩뿌리는빛의 파장은정신의 역할을나타내고, 차분한색조와 나뭇가지를강조한 줄기들의군무는 순간과영원을 동시공존으로 상징한다.


작가 장상철은자연과 예술의접목을 통해미의식의 완성과자기실현의 절정을추구하는 화가이다. 그의 자연은낱낱의 이름과개성을 떠나통일미를 구현하는전체의 길잡이로작용하고, 미적주체로서의 인간정신은 화폭한쪽에 곧잘일엽편주로 형상화한다. 미의 본체는조화와 상응의일반 원리를넘어 독자적생명을 갖춘영구성으로 나타나고, 독자적 생명의불멸성은 자생의활력과 생동감에서비롯된다. 또불변의 자생력은무념무상의 진공상태에서작업할 때라야얻을 수있으므로 무아관찰과무심감응은 미의식의구현을 위한필수 요소이다.

나무는 태초의허무와 줄기찬태동을 암시하고, 꽃과 열매들은예술미의 온전한실현을 염원한다.

그림의 바탕이되는 색조와형태는 은근한색감과 미세한음영이 주조를이룬다. 작은빛깔 무늬와빛의 입자가한데 어우러진그림은 정중동의활기를 표시하며, 뚜렷한 형상으로빛이 약동하는그림은 온갖자연현상이 허공속에서 스스로살아남을 나타낸다. 또한 노을빛푸른 하늘은자연의 영원회귀를 상징하고, 노을 일색의천지와 창천일도의 천지는백지상태의 무한한가능성을 상징한다.


작가의 이번작품 중다수의 것들이이와 같은자생력을 갖추고있다. 특히생동감이 넘치는그림에서 그같은 요소를쉬이 찾아볼수 있거니와나무와 꽃이일체화한 숲의영상과 약동하는빛의 흐름은정적의 대기속에서 우러나온자생력의 소산으로서자체를 지니고있음이 분명하다.

작가의 그림은인위의 틀을벗어나 인간과자연을 일체화하는미의식의 해석과체험을 통해진정한 자연미를그려내는 작가로머지않아 승천할것임을 믿는다.

눈길로 시작된미의 추구는산과 바다를지나 마음의천공 속에둥지를 마련한다. 그러나 일순의마무리는 곧장재출발로 이어져미완성의 탐구는머무름도 쉼도용납하지 않는다. 길은 길로이어져 그끝을 알수 없듯이미의 추구는가없는 인생의방랑길에 다름아니다. 일엽편주에보이지 않는몸을 실은예술혼으로 망망한미의 세계를헤쳐가야 하는구도의 길이다. 샘솟는 열정으로자아의 성찰이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오직 무심중의심미로 미세계를 환히밝혀야 한다.


-예술학. 평론 장금희


작가노트

그림은

삶의 과정, 구도의 길과같아서

만드는 것이아니라 찾아가는과정이며 길이다.

그림을 그리다보면

화면 안에서무수히 많은선들과 점, 그리고 색들이서로의 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영향을 주고받음을느낄 수있다.

화가는 그관계의 질서를조형적으로 조율하고통제함으로써

아름다운 완성의결과물을 이끌어내는 역할을한다.

그 과정은우리의 삶과같으며 구도자의길과도 같다.



진공의 숲에서

비워진 샘에맑은 물이채워지기를 기다린다.

그 샘에맑은 물이채워지기 이전에두레박을 드리우지말라.

탁류 위에배를 띄워흘러가는 물상은진공의 숲에서노래한다.

물상은 빛에기대어 호흡하고빛은 시간의경계에서 머뭇거린다.

시간은 어둠에갇히고 빛을머금었던 물상의색은

침묵의 허공에기대어 본다.

나무 아닌나무를 그린다.

숲이 아닌숲을 그린다.

산이 아닌산을 그린다.

빛이 아닌빛을 그린다.

바람 아닌바람을 그린다.

음악 아닌음악을

꽃이 아닌꽃을 그린다.


나는 그림을그린다.

부분 아닌전체를 전체아닌 부분을그린다.

나는 그림아닌 그림을그린다.

나는 그림에기대어

그림은 내게기대어

지금 여기에있다.


회화의 숲에서

나의 그림은진공에 기대어잠시 머물뿐이다…

작가소개


장상철 Jang, Sang Cheol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석사

홍익대학교 회화과 학사


주요 개인전


2022 팔레드서울, 서울


2018 GALLERY DOO, 서울


2017 장은선갤러리, 서울


2016 고양아람누리, 일산


2013 MK GALLERY, Vienna, USA


2010 ASSI ART GALLERY, LA


2005 갤러리올, 서울


2001 조흥갤러리, 서울


1992 관훈갤러리, 서울 외


주요단체전


고양국제아트페어, 이상향(팔래드서울), 투르크메니스탄-국제예술전, 한일교류 타카야마시전, 한.중 현대미술교류전, 근원과 파장의 변주곡-오리진회화협회전 외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중앙미술대전, 동아미술제, MBC미술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