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다_사고에서 사건으로, 사건에서 인권으로, 인권에서 성평등으로

김두성, 박소영, 협동조합마고

2021.11.17. - 2021.11.23

기획 :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전시 소개

밖에서 잠긴 문, 벽으로 막힌 창문, 창문을 막아놓은 쇠창살...

군산 성매매업소 화재참사에서 발견된 것들입니다.

2000년 대명동, 2002년 개복동에서 연이어 발생한 두 차례의 화재참사는 우리 사회에 성매매여성 인권의 실태를 알리며 반성착취 여성운동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2021년 현재, 많은 사람들은 시대가 변했다고 말합니다.

이제 더 이상 감금은 없고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지금,

왜 아직도 지난 이야기를 하느냐고, 다 지난 과거를 왜 자꾸 불러내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과거가 아닌 역사로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변한 많은 것들 사이,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한 움직임들이 있습니다.

이 움직임은 성매매여성에게 가해지는 낙인, 차별, 혐오를

피해로, 착취로, 인권으로 다시 써 왔습니다.

‘다시 쓰다’ 전시는 2000년에서 출발하여 2021년으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지난 20여 년 간 여성들이 쌓아온 시간의 연결이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또한 무수한 변화들 사이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일상 곳곳의 여전한 성착취와 여성인권의 침해를 마주하며 우리는 종종 무기력해집니다.

그러나 좌절과 절망을 넘어선 용기와 연대의 움직임은 지속되고, 새롭게 태어나고, 연속되고 있습니다.

‘다시 쓰다’전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쓰여질 우리의 역사와도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가노트

작업은 길음역 10번 출구서부터 종암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성매매 집결지 ‘미아리 텍사스촌’으로부터 시작한다.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여느 공간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이 건물 속에는 수많은 여성이 존재한다. 해가 지고 나서야 영업을 시작하는 대부분 업소로 인해 낮시간 골목의 모습은 썰렁하다 못해 한산하다. 이곳에 존재하는 여성들은 가려지고 또 가려진다. 청소년 출입 금지라는 팻말과 함께 성 구매 남성들 뒤에, 호객 행위를 하는 삐끼들 뒤에, 16개의 입구를 가로막는 천막과 발 뒤에, 유리문 위 검정 시트지 뒤에, 정사각형 거울들 뒤에. 너무나 가깝고도 먼 이 공간이 ‘성매매를 위한 집결지’임을 알게 된 이후 길 위를 걸어 다니는 것 자체가 권력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나눠진 길 위를 걸으며 눈으로 목격한 여성들의 모습은 오로지 삐끼들 뿐이다. 숨겨져야 하는 경험들, 숨겨져야 하는 사람들. 말이 없는 이들은 우리들로 하여금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게 한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세 여성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여성’의 몸을 지녔기에 겪어야만 했던 무언의 억압과 폭력을 드러내며, 성 산업 속 여성들이 처한 현실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몸을 유지하며 여성들의 몸은 끝나지 않는 굴레 속을 계속해서 순환한다. 개인적이지만은 않은 사회적인 경험들을 통해 사회가 여성들을 어떻게 성매매로 내몰았는지, 이들이 본인의 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우리는 이들의 몸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고민한다. 여성들의 몸과 기억 속 미아리는 어떤 공간인가? 사라져야 할 공간과 기억되어야 할 여성들의 이야기, 집결지 폐쇄 이후 여성들은 어떤 삶을 구축할 수 있으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 박소영 작가노트

* 해봄 : ‘해보지 않은 것들을 해보다, 우리에게 봄의 볕이 든다.’라는 뜻을 지낸 <해봄>은 성매매 경험 여성들의 자활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작업 <synchronicity:동기화>는, 미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던 고동 작업 중 하나로, 오랜 시간 타인에 의해 대상화되어왔던 여성들이 본인의 몸을 바라보고 관찰하며 느껴보는 감각을 가질 수 있도록 마련하게 된 시간이다. 참여자들은 본인과 타인의 몸을 마주하는 시간 속에서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며 연대한다. 자신의 양손 외각을 따라 자신의 몸에 박혔던 시선과도 같이 못을 박은 후, 서로의 손을 맞잡아 주는 것처럼 실을 연결하여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나간다. 비록 ‘그러한’ 일로 하나가 되어 이 자리에 모였지만, 우리는 연결되어 다른 이에게 다가가 다른 시선을 가지게 할 것이라는 의지를 담는다. 다른 이들의 손과 닿기도 닿지 않기도 하며 같다고도, 같지 않다고도 할 수 있는 경험들을 이어나가 언어로는 다 할 수 없는 경험과 시간을 되돌아본다. 내가 가는 길에 동료가 있고 동료가 가는 길에 우리가 있음을 느끼며 작업을 마무리한다.


1. 군산화재참사유품, 2002년 군산화재참사 현장에서 발견된 유품, 2000

2. 박소영, home sweet home, 가발, 전등, 수액 팩, 혼합 재료, 2021

3. 박소영, synchronicity:동기화, 해봄 자활사업 참여자 공동작업, 혼합재료, 2021